[기 고] 교통수단의 발달과 전염병 확산

예전 교통수단은 가까운 마을과 마을을 잇는 정도의 왕래만 가능케 했다. 따라서 전염병은 일정 지역에만 한정됐고 나라 전체나 외국으로 확산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전염병 집중 관리가 쉬웠다.

20세기에 시작된 교통수단의 발전은 인류의 여행을 쉽고 편하고 빠르게 했고 대량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발전으로 다수의 다국적 여행객을 통해 전염병이 인접 국가와 전세계로까지 퍼지는 불행을 겪게 된 것이다.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는 항공기나 크루즈 선박은 운항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요즘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각국마다 여행금지령이 내려졌고 대부분 항공기들은 공항 주기장을 가득 채운 채 그라운딩 상태에 놓여있다.

크루즈 선박도 여행객의 집단 감염으로 운항을 중단한 채 항구에 붙잡혀 기약 없는 '연금' 상태로 들어갔다. 세계 관광 산업은 급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씀씀이가 큰 수천만의 중국 여행객들에게 의존해 오다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관련된 다른 산업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다만 생필품과 의료장비 등을 운송하는 택배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항공기들을 공항의 땅 위에 그라운딩 할 것이 아니라 전염병 퇴치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국가간에 전개될 식량·구호품·의료품의 분배와 의사·간호사·약사의 지원 이동을 위해 항공기를 활용해야 한다. 한시적으로 객실칸은 최소화하고 화물칸을 최대화해 화급한 국제간 운송을 담당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역병이 창궐한 횟수가 79회나 된다. 전염병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도 6차례나 됐고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때는 50만명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있다.

중종 때도 조정에서는 평안도 전 지역에 역병이 퍼지자 치료 처방으로 의서 '간이벽온방'을 발간해 백성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역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백성들이 알아야 할 간단한 사항들이 수록돼 있다. 선조와 광해군 때에도 역병이 창궐하자 이 책을 다시 인쇄해서 배포하기도 했다.

'조선회상'에는 당시 조선에는 폐병 환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인구 5명당 1명 꼴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서울과 평양 지역에 결핵환자가 많았고, 마땅한 치료약도 없었다. 병의 원인이 악귀가 내린 병이라 믿어서 부자들은 무당을 불러다 굿을 했고, 서민들은 서낭당을 찾아 고사를 지냈다. 조선회상은 1893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선 최초의 부부 의료선교사의 아들 '닥터 셔우드 홀'이 쓴 책이다.

예전에 비해 과학 문명이 발달하고 의학기술이 눈부시게 진화를 거듭했는데도 바이러스 질병에는 특별한 처방이 없다.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감기에 대한 치료약이 없어서 감기로 시달리고 있는 것 역시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이러스는 약 5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종류에 따라 감염되는 숙주 생물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사는 애완견이 인간의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코로나19를 막지 못해 모든 나라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바이러스 변종 증식을 과연 인간의 과학 지식으로 퇴치시킬 방법을 찾아 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답이 없는 문제도 없고, 끝이 없는 사건도 없다. 올라가면 내려오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 세상사요, 인간사의 규칙이다. 빨리 코로나19의 해결책이 마련돼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발달해온 교통수단이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문명 발달의 딜레마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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